쌍용건설 품는 글로벌세아 ‘의류+제지+건설’로 해외 디벨로퍼 도약

2022-06-16 16:43:01.0

세아상역을 핵심 자회사로 둔 글로벌세아그룹이 토종 종합건설사 쌍용건설 인수에 팔을 걷어붙였다. 의류 제조·수출 사업으로 성장한 세아상역이 이종업계로의 사업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세아는 두바이투자청(ICD)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인수 작업에 착수했다. 조만간 쌍용건설 실사에 착수할 예정. 글로벌세아와 ICD는 이르면 7월 말 주식매매계약(SPA)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거래 대상은 ICD가 보유한 쌍용건설 지분 99.95%다. 거래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쌍용건설은 2015년 두바이투자청에 매각되며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7년여 만에 국내 기업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쌍용건설은 지난 1998년 쌍용그룹 해체 후 2002년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관리를 받았고, 2015년에는 ICD를 대주주로 맞았다. 20년 넘게 공기업이 대주주였던 탓에 공격적인 경영이 이뤄지지 못했다. 1980년대 최고 7위까지 올랐던 건설사 시공 능력 순위는 지난해 30위로 내려앉았다.

 

이미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 위치한 글로벌세아그룹 사옥. (윤관식 기자)

 

▶OEM·ODM으로 시작한 의류社

 

▷M&A 통해 이종업계로 사업 확장

 

이런 쌍용건설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글로벌세아그룹은 1986년 김웅기 회장이 창업한 세아상역이 모태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의류를 만들어 전 세계에 납품한다. 글로벌세아가 생산하는, 연간 7억장 넘는 니트와 재킷 등은 월마트, 콜스, 갭, 칼하트 등 미국·유럽의 대형 유통체인에 판매된다. 전 세계 10여개국에서 6만명 넘는 임직원이 글로벌세아그룹에서 근무 중이다.

 

글로벌세아는 세아상역이던 시절부터 사업 영토를 조금씩 넓혀왔다. 2006년 내수 패션 기업이던 인디에프를 인수해 OEM 의류 제조뿐 아니라 패션유통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이제 인디에프는 여성복 ‘조이너스(JOINUS)’ ‘꼼빠니아(COMPAGNA)’를 비롯해 남성복 ‘트루젠(TRUGEN)’, 캐주얼 ‘테이트(TATE)’ 등의 브랜드를 두루 보유하고 있다.

 

2015년 11월 그룹 지주사로 출범한 글로벌세아는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이종업계로의 사업 다각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해왔다. 특히 제조업과 건설업 등 전통 산업을 중심으로 M&A 기회를 물색해왔다.

 

우선 2018년 STX중공업의 플랜트 사업 부문(현 세아STX엔테크)을 180억원에 인수해 플랜트·건설 사업에 뛰어들었다. 2020년에는 국내 1위 골판지·상자 제조 회사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을 7300억원에 인수하면서 의류 생산·유통, 플랜트·건설, 골판지·포장 등 핵심 포트폴리오를 두루 확보했다. 올 초에는 LNG·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기업 발맥스기술도 인수했다.

 

이번에 도전장을 내민 쌍용건설 인수 작업에도 김웅기 회장의 사업 확장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아직 지분 매각가나 유상증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글로벌세아그룹은 이르면 오는 7월 말 SPA를 목표로 ICD와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신재생에너지 시너지?

 

▷2025년 매출 10조원 목표로

 

재계에서는 쌍용건설 인수 작업이 성사되면 글로벌세아그룹 계열사들과 적잖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내다본다.

 

쌍용건설은 전통적으로 해외 사업에 강점이 있는 회사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와 두바이 에미리트타워호텔 등 해외 랜드마크 공사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유명해졌다. 창립 이래 전 세계 21개국에서 총 167개의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그동안 수주한 공사 금액만 130억달러다. 여기에 쌍용건설 연매출이 1조4000억원이라는 점에서 현재 4조원 초반대인 그룹 매출을 6조원 규모로 불릴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해볼 만한 대목이다. 글로벌 인지도나 시공 능력뿐 아니라 쌍용건설이 보유한 수주 잔액만 약 7조원 규모다.

 

쌍용건설 입장에서도 글로벌세아그룹과 한 식구가 되는 게 나쁘지 않다. 그룹 관련 공사뿐 아니라 상업시설 등 유통 관련 건설 사업에 진출할 수 있고, 민간 개발 사업이나 주택·호텔 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해외 시장에서 활약해왔다고는 해도, 이번 인수를 통해 글로벌세아그룹의 해외 투자 경험과 쌍용건설의 시공 역량을 더하면 단순 도급에서 벗어나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체)로서 사업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세아상역이 진출한 중남미 국가 등에서 발전, 철도, 도로 등 인프라 사업과 도시 개발 사업에 다양한 기회도 노려볼 수 있게 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이번 M&A가 성공해 24년 만에 민간 기업인 글로벌세아그룹 품에 안긴다면 회사 발전을 위한 직접 투자와 각종 리스크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기대했다.

 

자회사인 세아STX엔테크와 발맥스와의 궁합도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아STX엔테크는 국내외 오일·가스 시설, 발전소, 신재생에너지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에 강점이 있다. 발맥스 역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영위한다. 이들 자회사가 에쓰-오일 온산 프로젝트 EPC 경험을 보유한 쌍용건설과 협업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종국에는 기존 주력 사업인 섬유·패션 부문에 건설·정보기술(IT)·투자 부문 등을 더하면 글로벌세아그룹이 2025년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까지 깔려 있다. 글로벌세아그룹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3조5797억원, 영업이익은 2411억원이었다. 같은 해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046억원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쌍용건설 인수가 글로벌세아그룹에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반응도 만만찮다. 쌍용건설의 최근 실적과 재무구조가 불안한 데다 글로벌세아그룹의 자금 사정 역시 여유롭지 않다는 우려에서다.

 

쌍용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1조4017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줄었다. ICD가 인수한 후 2016년부터 흑자 기조를 이어왔지만 지난해에는 110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인력 투입이 필요한 해외 대형 건축 현장에서 2년 동안이나 공사가 지연된 탓이다.

 

인수 주체인 글로벌세아의 현금 사정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세아의 지난해 말 개별 기준 현금성 자산은 35억원이다. 순차입금은 17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세아가 대량의 회사채를 찍는다면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재무적투자자(FI) 등 외부 투자자를 유치할 경우 쌍용건설의 지배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

 

게다가 인수 대금 외에 쌍용건설 매각 조건으로 유상증자를 내걸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자금 출혈도 예상된다. ICD는 쌍용건설 지분 99.5%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만 1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글로벌세아그룹과 ICD 양측은 지분 인수 금액보다 더 큰 유상증자를 실행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쌍용건설의 부채, 자본은 각각 8658억원, 1364억원으로 부채비율이 634%에 달한다. 부채비율을 비교적 안정권인 200% 미만까지 낮추려면 2600억원가량의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세아그룹 관계자는 “아직 실사를 진행하기도 전인 터라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인수 금액과 증자 규모는 쌍용건설에 대한 실사가 끝나야 진행되는 사안이며 지분 인수와 증자 등을 진행할 자본금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3호 (2022.06.15~2022.06.21일자) 기사입니다]

 

정다운 기자